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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경제

항공정비(MRO) 산업, 한국이 늦기 전에 잡아야 할 기회

by 히스토리블루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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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에서 승객이 잘 모르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MRO입니다.
MRO는 Maintenance, Repair, Overhaul의 약자로, 항공기의 정비, 수리, 개조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일정 주기마다 반드시 정비를 받아야 하며, 이때 항공사는 직접 정비하거나 MRO 전문 기업에 외주를 맡기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의 대형 항공사 상당수가 해외 MRO 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연간 정비 수출액만 수천억 원에 달합니다. 왜 우리나라가 MRO 산업에서 뒤처졌고, 지금 어떤 기회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항공기 MRO 시장 규모는?

전 세계 항공 MRO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10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매년 평균 3~4%씩 성장 중입니다. 특히 중동·동남아 지역은 LCC 증가, 항공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MRO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MRO 산업은 항공 정비를 수행할 수 있는 민간 전문업체가 제한적이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의 자가 정비 의존률이 높고, 고도화된 엔진 정비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MRO를 직접 하지 못할까?

가장 큰 이유는 규모의 경제 부족과 정비 인프라 미흡입니다. 정비 산업은 고정비가 크고 설비 투자비가 막대합니다. 엔진 하나 정비하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 규모의 설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죠.

또한 국내 규제, 항공 정비사 인력 부족, 정비사 양성 시스템 미비 등이 겹쳐지면서, 항공사들이 차라리 싱가포르, 독일, 프랑스 등의 글로벌 MRO 기업에 정비를 맡기는 게 비용·효율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항공 MRO 산업 육성 전략을 가동하며, 전라남도 무안·사천, 경남 김해 등지에 항공 정비 특화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무안공항은 국제선 수요가 줄어든 대신 MRO 전용단지로의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한항공 기술 부문 등이 부분적으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설립이 아닌, 정비 데이터·AI 기술 연계, 국산 기체(KAI) 정비 생태계 구축, 국내 정비사 취업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MRO는 항공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항공사는 운항뿐 아니라 정비를 잘해야 돈을 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항공기 1대당 연간 정비비는 수십억 원에 달하며, 이를 해외에 맡기면 운항 공백, 정비 스케줄 지연, 외화 유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 기종 정비를 자체 수행해 수백억 원을 절감하고 있으며, 일부 LCC는 타 항공사의 기체 정비까지 수주하며 MRO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결론: 정비 산업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MRO는 단순히 기술자의 영역이 아닙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수출 산업, 그리고 국가 전략 산업입니다. 지금 한국이 이 시장을 제대로 키운다면, 항공기를 수입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항공기를 수출하고 정비까지 책임지는 항공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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